일상 생활/기타

승진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승진하고 싶었고 결국 승진을 했다.

류똥구 2023. 5. 26. 09:04

사람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뭐니뭐니해도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일을 한다. 시키는 일에 군소리 하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게 다 매달 받는 월급 때문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일을 더 부려먹기 위한 동기부여 방법이 급여와 승진이다.


출처 - 나무위키

직급이 올라 갈수록 임금도 올라가지만 밑에 부하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도 늘게 된다. 직급에 따라 부여되는 권한도 있다. 그렇다보니 직장인들은 승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승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연구개발직이라서 사원, 선임, 책임, 부장 순의 직급체계인데 책임으로 진급한다고 뭐가 좋은지 모르겠었다. 주변에 있던 책임들은 모두 일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다. 게다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든다고 직급을 호칭에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룹웨어에서도 직급
표기가 사라지고 사번까지도 안보이게 바꼈다. 어차피 부서 내에서는 누가 진급했는지 알겠지만 승진해서 책임 연구연이 되도 밑에 후배가 더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타부서 사람들에게 표 낼수도 없으니 연봉 높아지고 일도 같이 늘어나기만 할 것 같았다.

연차가 쌓여서 진급 대상자가 되니까 마음이 바뀌더라. 지급 누락되는 건 뭐 그러려니 하는데 동기들에 비해서  뒤진다고 생각하면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맘에 안드는 동기가 내 진급 누락을 가지고 뒷담화를 하거나 하면 화가 날 것 같았다. 빨리 진급하는 것도 싫지만 늦어지는 것도 싫다는 맘이였다.

작년 상반기 고과 면담을 할 때 부사장으로 부터 진급 준비를 해야겠다는 말을 듣고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나 싶었다. 사실 뭘 더 할 시간이 없어서 열심히 하는 티라도 내야겠다 싶어서 출근시간을 땡겼다. 자율출퇴근제라 9시 넘어서 출근했었는데, 8시즘 출근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 더 일하는 거긴 하지만 아직까진 일찍오면 성실하다고 인식하기 있기에 나름 점수를 따 볼 요량이였다. 그거말고는 될 대로 대라고 평소마냥 일을 했다. 진급 누락되는 그때가서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진급했다.

진급 결과가 나오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예상하던 상황들이 벌어졌다. 이제 사측이라며, 매니징도 해야 한다며 일이 막 주어졌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늘어났다. 할일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도 시도때도 없이 들어오고, 일정이 겹쳐저서 동시에 여러개를 해야하기도 한다. 난 개발할 때가 좋았는데 지금은 개발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내 일좀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월급날이 다가왔고, 그리고 오른 월급을 보면서 진급해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