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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징병을 하자고?정성스런 헛소리 2021. 4. 27. 01:19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데, 와이프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나 군대 가면 어떻해?”라며 물어보았다.
국민청원에 여성징병에 대해서 올라온 것으로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더니 그걸 보고 걱정이 됐나보다. 이전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청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20만명이 넘게 참여해서 정부에서 답변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이슈화가 될 줄은 몰랐다.
감옥에 가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군대가면 편지도 써주고 면회도 오고 사식도 많이 넣어(?) 달라던 와이프가 마냥 귀여웠다. 안가고 싶은데 가면 어떻하냐며 걱정을 하더라. 아마 안될 것 같았지만 만약에라도 징병을 한다고 해도 바로 시행할 수도 없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차라리 전쟁이 안나길 기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이미 예비군도 끝나고 민방위도 얼마 안남은 아재인데 뜸금없이 와이프가 군대가면 그건 그거대로 요상할 듯하다. 군대를 갔다 온 입장에서 여성 징병은 어쩔수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었다. 군대 다녀온 사람은 들어봤겠지만 항상 60만 국군장병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나라 군이 대략 60만명이니까 그럴것인데, 사병이 대다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나 때만 해도 한해 출생아 수가 60만명을 넘었으니 20대 초반 남성으로도 충분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출생아수가 30만명 줄었다는 것이 문제다. 군대에 갈 수 있는 숫자자체가 반절로 줄어버렸으니 말이다. 국방부에서도 아마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내가 현역으로 있을 때도, 부사관을 최대한 늘려서 병사가 줄어드는 것을 매꾸려고 했었다. 통신반장님이 나한테 말뚝박으라고 알마나 말했는지. 국방예산도 한정되는데 군무원가 직업군인으로 대체하는대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에 국방부라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4가지 일 것이다.
1. 군 복무 기간을 늘린다.
군복무 기간이 계속 줄어들어 이제 2년이 안되는데, 복무기간을 늘려서 최대한 오래 잡아 두면 머릿수는 채울 수 있다. 하지만 현역 군인들과 입대를 앞둔 20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2. 군대를 첨단화한다.
국방예산을 늘려서 보다 군대 자체를 현대화하고 첨단 군대로 육성하여, 이전에 2~3명이 하던 일을 1명이서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성을 따져봐야겠지만,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아무리 효율화를 한다고 해도 몸집을 줄 일수 있는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3. 직업군인의 수를 늘린다.
잘은 모르지만, 직업 군인도 공무원과 급여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군인이 양질의 직업으로 여겨진다면 일반병사의 부족을 직업 군인으로 매꿀 수 있을 것이다. 병사의 경우에는 2년정도 복무하기 때문에, 나름 숙달된 인원들은 전역을 하고 그 자리를 신규 인원으로 채워지기에 군대에서는 교육에 대한 오버헤드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서 직업군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문제가 적다. 직업 군인을 늘리기 위해서는,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불어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자들의 잘못이 크다. 대다수의 남성들이 군대를 갔다오는 상황에서 서로의 군 생활을 괄시하고 이를 아랫세대에 대물림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아닌 가 싶다. 군대와 군인을 웃음 거리로 삼거나, 비하하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는 동안에는 한국에서 군대와 군이에 대한 인식이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4. 징집 대상을 늘린다.
현재 가장 핫한 이슈인데, 부족한 현역 군복무 인원 수를 징집 대상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다. 이 또한 여러 방법이 있겠다. 첫째, 현재 징병의 대상 연령을 20~30세에서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20~35세로 범위를 늘려서 인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귀화자나 귀화자의 자녀들 까지도 징병 대상자로 추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기에 수년 전부터 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자국민으로 받아 들었다면 책임과 의무도 같이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로, 징병 대상을 남성 뿐만 아니라 여성까지 포함 하는 것이다. 세가지 방법 모두 간단치 않아 보인다.
나는 재미로 대충 방안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쉬운 방법이 없는데, 국방부에서는 고민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공론화 되는 상황이 더 이득 일지도 모른다.
군대 이야기를 쓰다보니 내 20살 때가 생각난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가서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고, 가족들도 없이 아예 혼자 타지에 나와서 사는게 쉽지는 않았었다.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2학기 되서는 남학생들 사이에서 군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영장을 받은 친구들도 있었고, 주위에서 하나 둘씩 군대를 어떻게 할지 정했다.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가는 것이 그때는 인기였다. 전공도 선택하고 후배도 받아보고 군대를 가겠다는 것이다. 나는 1학기 때 보라매역으로 신체검사를 하러 갔다온 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었는데, 아빠는 1학기 마치고 가라고 하고, 친구들은 2학년 1학기까지 같이 하고 군대 갔다가 같이 복학하자고 했다. 나는 깔끔하게 학년을 마치고 갔다가 복학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1학년을 마치고 군대가기로 했다.
공군을 지원하고 이제 입대일이 정해지니 하루하루 막막하고 무서웠다.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된 다는 것도 알고 있고 주변에서 모두들 갔다왔지만,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떨어져서 군인으로써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두려울 수 밖에 없었다. 무서운 것도 질색인데 내가 군대에 간다니 말도 안됐다. 군대가기 전에는 아무 의욕도 없고 그냥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매일같이 술만 마셔댔다. 아마도 제 정신으로 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군대를 갔다왔던 선배들한테 아무리 물어봐도 가면 다 하게 된다며 별 도움이 되지도 않는 말들 뿐이였고, 오히려 간다고 놀리기나 했었다.
그래도 나의 경우에는 아빠의 추천으로 공군으로 가기도 했고, 나름 학교 전공과 조금이나마 관련있는 통신 특기로 갔어서 나쁘지 않게 군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또 가라고 하면 못 갈듯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불합리한 것은 많고 힘든 것도 많았지만, 나라를 지킨다는 나름의 사명(?)과 혼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주변에서 물어보면 군 생활이 좋았다고 얻은 점도 있다고 말하는나지만, 내가 대신 고생한 만큼 내 와이프나 딸은 군대를 안 갔으면 좋겠다. 물론 아들이여도 군대 간다면 걱정이 많이 될 것 같지만 말이다.'정성스런 헛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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