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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주식사면 주인의식이 생길 줄 알았어요정성스런 헛소리 2020. 9. 28. 00:54
취업 준비를 할 때 “주인의식”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았다.
나는 세상 게으른 사람이므로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업무의 “주인”으로써 일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지나쳤었다.
이 "주인의식"이라는 말이 내가 제대로 해석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회사의 "주인"으로써 의식을 가지라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인이라건 집주인, 가게 주인과 같이 흔히 무언가의 소유주를 의미할 때 사용하므로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어떤 것이든지간에 소유주로써 자각을 하라는 의미라는 것은 명확하다.
지난 3년간의 나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내가 소유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보자.
내 자리, 내 컴퓨터, 내 서랍, 물건들은 회사에서 제공한 것이지 그 무엇도 내 것이 아니다 (물론 사비로 사온 키보드나 개인 물건도 있지만). 그렇다면 업무적인 것들은 어떠한가. infra 개발자라는 직무는 내가 해야할 일을 가르키는 것이고 매일 매일 해야할 업무들은 나에게 할당 된 것이지 나의 소유는 아니다. 내가 못하거나 시간이 없으면 업무 재조정을 해야지 내꺼라고 끌어 안고 있으면 안되지 않는가.
한참 (약 3분)을 고민을 해봐도 회사 생활하면서 내가 소유했다고 할만 한 것은 업무를 하면서 쌓인 경험뿐이 없었다.
나는 회사에서 소유하고 있는게 없는데 도대체 왜 회사는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것인가?
아마도 직원 개개인이 모두 열심히 일하도록 협박(?)을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내 동료들은 대부분 가만히 있는 걸 못한다. 뭐든 해야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주어진 업무를 다 하거나 업무 사이에 빈 시간이 생겼을 때 마냥 놀거나 하지 않는다. 앞으로 할 것을 알아보거나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다른 동료의 일을 도와 주려고 한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흔히 말하는 월급 루팡들이 꽤나 있을 것이며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고 싶으니 월급 루팡을 줄이고 싶을 것이다. 그럴때 사용하는 방법이 어려가지가 있겠지만, "주인의식"이라는 단어는 참 잘 만들었다. 어떤 의미이든지 간에 직원에게 "주인"이라고 하면서 열심히 하라고 부축인다.
나에게 "주인의식"이라는 말은 과거의 쾌쾌묵었던 애사심이라는 단어의 대체어로 느껴진다.
우리네 아버지의 젋은 시절에는 취직을 하고나면 동고동락하며 평생 직장을 다녔었다. 회사와 나는 한 배를 탄 사이고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되고, 내가 열심히 해서 회사를 잘 되게 해야 나도 잘 된다는 생각을 했었다. 평생 직장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독려하기 위해서 애사심을 가지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이 고용 불안의 시대에서 평생 직장은 옛말이고 기회가 되면 이직을 하는게 당연해진 때에 애사심은 말도 안된다. 회사들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애사심이라는 말로 직원들을 독려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마음보다 먹힐(?)만한 말로 요즘 쓰는 말이 "주인"+"의식"인 것이다.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주인의식 (또는 애사심)”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일했을 뿐이다. 나를 믿고 업무를 할당한 상사와 같은 팀으로 일하는 동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서다. 하지만, 오래 회사를 다니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필요할 것 같긴하다. "주인의식"은 결국 회사에서 직원에게 요구하는 자질 또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회사 생활을 해 나간다면 꽤나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없었던 "주인의식"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싶어 우리 회사 주식을 샀다.
주식회사에서는 대주주가 실제 회사의 주인이므로 대주주까지는 아니여도 주식을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으면 주주로써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코로나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기도 했었고, 회사 동료 중에 주식하는 사람이 매일 같이 말하다 보니 관심이 갔었다. 회사의 업황이 좋아지면 주식의 가격도 오르고 배당률도 높아지게 되니 비록 내가 회사 사업에 큰 영향은 끼치지 않겠지만, 회사에 기여를 하면 실제로 나한테도 이익이 되겠다 싶었다. 조금이나마 주식을 가지고 있으니 인터넷 뉴스나 유튜브에 우리 회사를 검색해서 어떻게 평가되는지 알아도 보고 앞으로 사업 성장성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참 이상한게, 회사에 대한 관심과 회사 주가에는 관심이 가긴 하지만, "주인의식"은 그닥 생긴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욕할 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기도 하지만, 매월 받는 월급뿐만 이라 회사에서 받은 귀엽고 소소한 배당금을 보면 더 힘내라고 해주고 싶고 뭐라도 하나 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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