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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항상 나쁜 것 만은 아니다.정성스런 헛소리 2020. 5. 26. 01:33
자라온 환경 때문인가 빚은 무서운 것으로 있으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수중에 돈도 없었고 회사생활하면서 모아 놓은 돈을 결혼할 때 다 써버렸지만 빚은 없으니까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왠지 빚이 있다고 하면 돈이 없어서 쪼들린 느낌이였다.
결혼을 하고는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임대료가 꽤나 부담이 되었다. 이사를 알아보면서 전세을 알아볼지 매매를 할지 와이프랑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솔직히 매매를 하자고 내가 우겼다. 대학교/대학원 때 너무 이사를 다녀서 이사는 가급적으로 자주 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뭔가 내 집이 생긴다고 하면 더 안정감이 들 것 같았다. 와이프도 처음에는 전세하자고 하다가 대출을 했을 때 부담할 이자랑 계산해 보고는 매매도 괜찮다고 해서 대출도 알아보고 집도 알아보고 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우리 수준에 맞춰서 최선인 아파트를 구했다.
와이프가 내 의견을 들어주기도 하고 내가 많이 못알아 봤는데 좋은 집을 알아봐 준 덕분에 둘이서 원했던 조건들은 대부분 만족할 수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이전에는 임대료를 냈어야 했지만 지금은 비슷한 금액을 대출 이자로 내지만 우리 가족을 살 수 있는 집이 생겼다. 남들은 신축에 좋은 위치의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 전세 살면서 돈을 모으거나 그냥 집 사는걸 포기하고 자동차나 여행에 더 돈을 쓰기도 하는데, 집을 계약하고 이사를 하고 나니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들었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과 저금리 그리고 대출로 구하된 우리 집에서 산지 거의 반년이 되어간다. 아직도 참 집을 잘 구 했다는 생각을 한다. 위치도 나쁘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하기도 가깝고, 마트도 도보로 갈만 하고 산책할 공원도 가깝다. 항상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하듯이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카드 할부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다가 매달 생활비도 부족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더 할인 받고 적립하는 사람이 있듯이 대출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싶다. 형편이 안되는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차를 사거나 사업을 하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대출일 것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출을 하니 매우 가끔은 든든한 친구 같기도 하다. 거기다 대출을 빨리 갚아야지 하면서 목적의식도 생기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은 강제적인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1억을 모으려고 한다면, 의지를 다잡고 꾸준히 모르기도 어려운 법이다. 그런데 대출을 1억을 하면 이자가 아깝기도 하고 빚진 그 느낌 때문에 더 확실한 목표의식 (안그러면 추심 당하니까 무서우니까)이 생겨서 갚을 수 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는 우리 와이프를 위해서라도 마당 딸린 집을 위해서 다음에도 대출한테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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