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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1일차를 마치며 장단점 정리정성스런 헛소리 2021. 1. 12. 01:49
재택근무 신청을 한 건 와이프와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였다.
회사를 갔다오면 저녁에 같이 있어서 줄 시간이 많지 않기도 하고 날도 추운데 혼자서 고생하는 와이프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옆에서 있어 주는 것과 소소한 것들을 도와준 것 뿐이였다. 일을 하고 있긴 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 만으로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신청했던 재택근무를 오늘 처음해보았다. 느꼈던 장단점을 간단하게 나마 기록해 놓는다.
장점
업무 집중도 향상
회사에서 일하면 같이 으쌰으쌰 일하는 분위기로 더 힘이 날때도 있지만, 집중이 필요한 시간들이 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드나드는 소리라든가, 대화하는 말소리 혹은 말을 걸어오는 동료들로 인해서 집중에 방해가 될 때가 종종있다. 나는 와이프와 둘이 살고 있다보니 일을 할 때 받는 방해가 거의 없다 시피하다. 와이프는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라서 본일 할 것 하느라 각자 일을 하다보니 흡사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해야할 일에 대해서 하나하나 집중해서 할 수있어서 좋다.
출퇴근 시간이 절약
우리 집에서 회사까지는 door-to-door로 1시간 정도 걸린다. 통근이 오래 걸린다고 어디가서 명함을 내밀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짧은 시간은 아니다. 회사에 가는 것과 오는 것만으로 하루에 2시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부 구간은 걸어야 하고, 일부는 지하철로, 일부는 버스로 이동을 하다보니 이동하는 시간에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하기엔 애매하다. 특히 출근시간에 전투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 틈에서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하루에 2시간이 절약이 되니 아침에도 여유가 있고, 저녁에 퇴근도 집에서 바로하니 와이프와 바로 저녁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공용공간 노노 모두 개인공간
나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서 물 뜨러 자주 가고 그에 맞춰서 화장실도 자주 간다 (업주 입장에서는 맘에 안들듯). 내가 일하는 층은 사람이 많은 편이라서 공용공간을 사용하려면 대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탕비실은 좀 덜하지만, 화장실은 정말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화장실이 급해서 후다닥 갔는데 풀방이고 심지어 나오지도 않는다면... 어쩔 때는 소변도 기다려야 한다. 피치못하게 기다렸다가 이용하고 오는데도 자리를 오래 비웠다고 한다면 억울할 것이다. 재택을 하니 내 집이라서 나와 와이프 뿐이 없이라서 화장실도, 물도, 간식도 금방 해결할 수 있고, 앉아서 오래 있다보면 뻐근한 몸도 다른 사람들 신경 쓸 필요 없이 스트레칭도 하고 다시 업무를 볼 수 있다.
와이프와 일상 공유에서 오는 교감
이걸 장점이라고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주말을 제외하고는 각자의 하루를 보내다 보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기 쉽지 않다. 내가 회사에서 일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 하거나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와이프 입장에서는 확 와닿지 않는다. 나같은 경우에도 와이프가 하룻동안 한 일을 들으면 피상적으로 생각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쓰다보니 와이프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무얼하며 보내는지 알게 되서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다. 같이 있다보니 마음에 안정감도 있고 편안함도 느껴진다.
단점
회사 사람들과의 단절감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과는 메신저, 메일, 그리고 음성회의 (전화 포함)으로 소통할 수 밖에 없는데, 해당 매체를 통해서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으면 나는 고립되기 쉽상이다. 잘 전달을 해준다고 해도 현장감이 부족하다.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도 소설과 영화가 다르듯이 말이다.
업무 협업 시 즉시성 부족
위의 내용과 연결된 것인데, 업무 현장에서 떨어져 있다보니 동료들간의 협업이 바로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필요한 자료라든지, 논의를 할 내용이라든지, 혹은 물어볼 내용이 있을 때에 회사에서는 바로 찾아가서 말을 걸면 됐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메신저나 전화를 이용하다 보니 상대방이 바로 응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이건 양날의 검과 같은 건데, 내가 다른 사람이 필요해서 찾을 때는 가까이에 있어서 빨리 물어보는게 좋은데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말걸어 오면 집중이 끊기는 건 어쩔수 없다.
회사보다 조금 부족한 업무여건
회사에서 작게나마 내 공간이 주어져 있고, 개발 업무를 의해서 PC 두대에 듀얼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다. 책상도 넓찍하고 서랍장도 있다보니 개인물품도 꽤나 챙겨놨었다. 재택근무를 위해서 아주 최소한의 준비만 했었고, 책상에는 13인치 노트북과 무선마우스가 전부다. 이제 와서 모니터를 하나 더 사는 것도 불필요해 보이지만, 회사 개발환경에 비하면 아쉬운게 사실이다.
분주한 점심식사 시간
우리 회사는 식사를 모두 제공하고 있어서 식사시간에 가면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하니 이제 식사를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아침이야 원래 안먹으니까 괜찮은데 점심이 문제였다. 아무리 재택근무지만 회사에서와 동일하게 점심시간 1시간을 맞춰서 먹으려고 했다. 그래야 회사 동료들과 같은 시간에 일을 하게 되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요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이 시작됐을 때 요리를 시작해서 먹고 치우고 다시 업무 복귀까지 1시간만에는 무리로 보였다. 그래서 와이프에게 점심을 부탁했다. 와이프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 (이건 장점이다!!) 커피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다가 일하러 돌아갔다. 점심시간을 와이프와 같이 보낼 수 있는 건 엄청나게 좋았지만, 점심 준비를 위해서 시간을 쓰는 와이프를 보면서 미안했다. 혼자서 재택하는 사람은 대충 먹거나 시켜 먹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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